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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은 어느정도일때 하는가
성형은 어느 정도일 때 하는가

성형외과 전공의(레지던트)시절 가장 많이 만났던 환자가 수부외과 영역의 환자였다. 하루에도 여러 명의 환자가 응급실로 내원했다. 단순히 피부손상만 입은 환자에서 손가락이 절단되거나, 손바닥 또는 팔목까지 절단돼 응급을 필요로 하는 상황까지 아주 다양한 환자들이었다.

그 중에서 손가락이 절단된 환자가 가장 많았는데 병원이 위치해 있는 지역적인 특성상 농촌사람들이 많은 수를 차지했다. 무슨 이유로 농촌사람들의 손가락이 그렇게 많이 절단되는지 의아해 할 수도 있겠는데 원인은 목장갑이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산업화에 공헌한 대표적인 공산품이 있는데 목장갑, 빨간 고무장갑, 이태리타월 등이 그것이다.
특히 목장갑은 모든 산업일꾼 아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고 일을 할 땐 누구나 끼는 장갑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목장갑은 착용감이 좋아 일하기 편하고 특히 튼튼해 손을 보호하는 역할이 탁월하다. 그러나 요즘 빨간 고무로 손바닥부분을 코팅하기 전에는 오래 사용하면 실이 풀어지고 농촌에서 경운기 작업을 할 때 장갑이 경운기벨트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만약 목장갑의 일부분이 벨트에 걸리면 손가락이 빨려 들어가 손가락이 절단되고 손상되는 것이다. 접합수술에 대한 의학적 지식이 거의 없는 농촌사람들은 손가락을 두고 병원에 왔다가 다시 손가락을 찾으러 가는 상황도 많았었다.
요즘 쌍꺼풀이나 안면윤곽, 지방흡입술 등의 분야가 강조돼 성형외과에서는 미용성형을 주로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처럼 성형외과는 손에서 온 몸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역할을 하게 된다.
우선 종합병원에서 성형외과 의사는 설계사의 역할을 한다. 뇌진탕 및 뇌출혈, 다발성 안면부 연부조직 손상 및 안면골의 다발성골절, 치아골절, 외상성 안구손상 등 교통사고로 인해 한 환자가 안면부와 머리에 복합적인 손상을 입은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런 환자는 여러 분과의 의사들이 ‘협진’을 통해 치료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다시 사회에 복귀하려면 미용성형을 담당하는 성형외과 의사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치료의 초기부터 최종결과까지의 설계사의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외상의 차원을 벗어나 다양한 선천성 혹은 후천성 안면부기형 또는 안면부 이외의 기형을 교정하는 것도 성형이 필요한 분야이다. 다른 분과 영역에서 종양을 적출하고 남은 기형을 최대한 정상인과 비슷하게 복원하는 일도 성형이 필요한 부분이다. 유방암을 원인으로 한쪽유방을 일반외과에서 제거하면 자가조직이나 인공삽입물로 유방을 재건하는 유방성형수술이 그 예라 하겠다.
'성형외과' 결손부분 복원시켜주는 외과의 한 분야 성형 'Plastic' 이란 희랍어의 플라스티코스(Plasticos)라는 형용사에 해당하는데 형태를 만든다는 의미의 플라세인(Plassein) 이란 말에서 나온 것. 성형외과란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피부와 그 아래의 근육, 골격에 변형과 결손이 있을 때 이를 복원하여 모양과 기능을 개선시켜주는 외과의 한 분야라고 정의하고 있다.
기원전 800년경 고대 인도에서 잘린 코를 재건해 주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중국의 진시왕때 언청이를 수술했다는 가록이 남아있다. 고대 로마에서도 재건 성형수술에 대한 기록을 찾아 볼 수 있다.
근대에 와서는 미국의 남북전쟁과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군인들의 치료를 통하여 외과분야의 발전이 있었는데 특히 복원(復元)을 목적으로 한 성형외과적인 수술의 발달은 두드러졌다. 이렇게 성형외과는 복원, 재건이라는 의미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학문이다.
엄지손가락이 없어 물건을 잡을 수 없는 사람은 엄지발가락을 엄지손가락으로 옮겨준다. 손가락이 절단된 환자가 접합이 어려울 정도로 잘려진 손가락의 상태가 나쁘면 배에 손가락을 심어 놓았다가 재건해 준다. 유방을 재건하기 위하여 하복부의 넓은 피부조직을 가슴으로 옮겨준다.
사고로 코가 없어진 환자는 코를 만들어주기 위하여 이마 피부조직을 코로 옮겨준다. 오랫동안 하반신마비로 엉덩이에 깊은 욕창이 있는 하반신마비 환자에 등 쪽의 견갑부위에 있는 넓은 피부조직을 옮겨준다. 선천적으로 입술이 갈라져 정상적인 얼굴이 아닌 언청이 아기들이 엄마를 알아보지도 못할 생후 1년도 되기 전에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 깊은 화상으로 발등의 피부가 괴사된 환자는 팔뚝의 피부와 연부조직을 발등으로 옮겨준다.
턱뼈에 골수암이 발생하면 턱뼈와 그 위를 둘러싼 피부조직까지 즉 하안면부의 절반을 제거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다리뼈와 이를 둘러싼 다리의 피부조직을 턱으로 가져가 재건한다.
너무나도 다양한 부분에서 성형을 필요로 한다. 일반사람들이 성형외과라고 하면 연상하는 쌍꺼풀수술, 코를 높이는 융비술, 주름살수술등을 연상하지만 사실 성형수술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은 위에 열거한 환자들일 것이다.
가끔 개인적인 모임에 참석하면 ‘성형은 어느 때 해야 하나? 나도 해도 괜찮은가?’ 묻곤 한다. 모두들 사회적으로 부각되어 있는 미용성형의 영역만을 생각하고 그것이 성형외과의 모든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마찬가지 이며 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사회적인 분위기가 나라와 인종을 막론하고 동일하기 때문이다. 사실 미용성형외과는 복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건성형분야 못지않게 중요하다 . 복원수술을 받은 모든 환자들이 결국 사회에 복귀하려면 미용적으로 정상인과 비슷해야 하고 미용적인 복원이 정신적 건강을 회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부각된 미용성형외과 분야만큼 재건성형외과 분야도 많은 관심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형은 어느 정도 일 때 하는가‘ 라고 물으면 필자는 아직도 하얀 목장갑을 떠올린다.

(김헌준 성형외과 전문의)

  • 작성일
  •   :  2006-03-15
  • 보   도
  •   :  디지털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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